2017년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은 한국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강렬한 사극 영화입니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하고 김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였습니다. 1636년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했을 당시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와 신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등 최정상급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왕으로서의 리더십과 희생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풀어갑니다. 생존을 위해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을 왔다는 인조와 그 신하들의 자괴감이나 합리화도 잘 볼 수가 있습니다. 정치적 갈등이 짜임새 있는 대사와 훌륭한 연기로 잘 드러나고 청나라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에서 받는 권력자들의 고통과 도덕적 딜레마들 잘 표현해 냅니다. 한 겨울의 느낌이 차갑게 잘 드러나는 촬영과 훌륭한 이야기로 관객들을 긴장감 넘치는 역사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영화를 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려고 합니다.
역사 이야기
영화 남한산성은 만주족(청나라)의 침입으로 인조와 신하들이 남한산성으로 피신하면서 시작합니다. 얼어붙은 성벽 안에 갇힌 왕은 신하들의 두 가지 요구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항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최명길(이병헌)과 나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상헌(김윤석)으로 대표됩니다. 항복을 해서 목숨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수많은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명예를 지킬 것인가의 기로에 섰습니다. 최명길과 김상헌은 끊임없이 자신의 언변으로 왕을 설득합니다. 대사만으로 왕을 압박하는데 그 압박감과 긴장감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영화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이 중요한가 아니면 국민에 대한 책임감이 중요한가에 대해 관객들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두 배우의 열연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왕이 행해야 하는 리더십, 그리고 정치권 안에서의 투쟁과 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뛰어난 연기
영화 남한산성은 훌륭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됩니다. 이병헌은 국가에 대한 의무와 백성을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실리주의자 신하 최명길 역을 맡았습니다. 그는 항복을 불명예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항복을 하자고 주장하면서 받는 감정적 압박을 잘 표현해 냅니다. 당시 조선은 유교의 나라로서 청나라가 만주족이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오랑캐이며 그들의 요구를 따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요구를 따르는 것은 유교 국가인 조선이 한나라가 세운 명나라를 배신하는 일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와 대립하는 김윤석이 맡은 김상헌은 조선은 청에 맞서 끝까지 싸워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설파하는 인물입니다. 도저히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그는 대쪽 같은 성품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을 김윤석이 훌륭하게 연기해 냅니다. 박해일이 연기한 인조는 두 극단적인 주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그렇기는 했습니다. 두려움에 마비된 지도자로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캐릭터 간의 감정적인 상호작용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조선이라는 자라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명분보다는 생명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 사이에서 고뇌하는 왕의 모습을 보며 나라도 저랬겠다며 관객들은 인조와 함께 고뇌하게 됩니다.
명분과 실리
영화 남한 산성은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지고 있는 전쟁 상황에서 어떤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풀어갑니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집니다. 명예를 위해 싸운다면 그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항복하고 살아남는 것이 더 나을까요? 아니면 파멸하더라도 끝까지 싸우는 것이 더 나을까요? 두 신하가 주장하는 바는 나름 모두 일리가 있어 인조처럼 관객들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망설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결말처럼 아무리 고귀한 선택을 했더라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 이 영화는 분쟁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도 잘 느끼게 표현합니다. 겨울 추위가 시작되면서 요새 안에 갇힌 군인들과 민간인들은 기아와 질병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습니다. 신하들과 왕의 결정으로 진행되는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인들에게 전가됩니다. 관객들은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높은 분들이 내리는 명령으로 결정되는 백성들의 희생을 알게 됩니다. 영화 남한산성은 권력자의 선택이 사회 전반에 걸쳐 큰 파급력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도자의 선택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결론
영화 남한산성은 삼전도의 굴욕이 있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를 상상하여 그것을 훌륭하게 표현해 낸 영화입니다. 그러면서도 역사적 고증을 충실히 따랐고 그 안에 휘몰아치는 감정들을 세심하게 표현해 냅니다. 겨울 남한산성의 차갑고 시리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훌륭히 보여주었고 영화 내의 인물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했습니다. 그저 삼전도의 굴욕이라고 역사적 사실을 외우는 것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를 따라가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으로 진짜 피해를 보는 것은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명예가 중요한 것인가 목숨이 중요한 것인가 내가 인조가 되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커다란 액션 없이도 이렇게 긴장감이 넘칠 수 있는 영화는 드뭅니다. 김윤석과 이병헌의 연기 배틀을 보는 것 같은 이 영화 남한산성을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인조가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